놓아준 고기는 더 아름답다
지독한 낚시광은 아니지만
한 때 나도 낚시에 좀 몰두한 적이 있다.
금요일 오후 집을 나서면
일요일 밤에 돌아오곤 했다.
강원도 남쪽 임원항이나
경북 강구 방파제에서 낚시를 했다.
간혹 충남 대천항도 가서 낚싯배를 타고 나갔지만
낚은 고기를 칼로 회로 쳐서 먹으며 희희낙락하는 모습이 싫었다.
내가 자연보호니 동물 사랑이니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가 잡은 고기는 다시 돌려주었다.
간혹 마음이 동하면 키스를 하기도
도톰한 배를 만져보면 간지럽다고 팔딱팔딱 뛰었다.
사랑도 한 때, 인생도 한 때
낚싯대를 놓은 지 여러 해 지났지만
금요일 오후 떠날 때의 설렘을 아직도 기억한다.
간지럽히고 놓아준 고기를 생각한다.
고기들도 나처럼 아직 살아있을까?
고기들도 나처럼 쓸쓸히 늙어갈까?
고기들도 가끔은 나를 기억할까?
놓아준 고기는 더 아름답다.
2020년 11월 16일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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