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콘 강을 건넌 사람
그의 이름은 크리스, 미국 펜실베니아 출신이다. 전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으나 해고를 당하고, 이혼까지 하고 인생의 위기를 맞았던 사람이다. 나이를 확실히는 모르지만 40대 초 중반 같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있으니 결혼을 좀 일찍 했던 것 같다.
그는 4년 전, 인생의 기로에 서서 미래에 대해 흔들렸다.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그는 불현 듯 모든 살림살이를 정리하고 4륜구동 지프 (Jeep)을 샀다. 오렌지색 랭글러 루비콘 지프이다. 그는 그때부터 미국은 물론 멀리 캐나다와 멕시코까지 자동차로 다닐 수 있는 첩첩 산중 험악한 산악 길을 누비며 대륙을 돌고 있다. 그리고 1주일에 한번 씩 그 여정을 유튜브에 올린다. 현재 그의 팔로워는 6만 6천 명 정도, 매주 올리는 비디오는 그만큼의 사람들이 보고 있다. - venture4WD
캐나다의 동북부 뉴펀랜드나 라브라도의 숲속 길을 보여주고, 미국의 심장부 텍사스의 산악과 아리조나의 사막을 가로지른다. 그의 지프는 집이며 안식처이며 작업 공간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커피를 끓인다. 그리고 길도 없는 첩첩 산중을 미로학습 하듯이 달려간다. 그의 비디오를 보면 미국 자동차 지프의 위력을 알 수 있다. 보통 자동차로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험악한 돌밭 길을 늠름하게 넘는다.
그렇다고 그는 사람들을 싫어하는 대인 기피증에 걸린 사람은 아니다. 가끔 타운에 들어가 카페에 들려서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면서 컴퓨터로 작업도 하고, 간혹 모텔에 여정을 풀고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면서 호강한다. 와이파이가 잘 터지는 도서관에도 가서 종일 작업한다.
그의 비디오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그의 심성이 올곧기 때문이다. 그는 현실의 문제나 정치적인 것은 말하지 않는다. 그는 종교적이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자연과 살아 있음에 늘 감사한다. GPS 외엔 별로 갖춘 것이 없는데도 남들이 가지 못한 세상을 아주 친절하게 보여준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더 멋지고 아름다운 세상이 있음을 전해준다.
그의 일과의 마지막은 저녁에 머물 캠프장을 찾는 일이다. 머물지 못하는 부평초 인생이라 어디서 오늘 밤 자야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어떤 때는 침엽수림이 총총한 숲속이며, 어떤 때는 밤하늘의 별이 총총한 사막의 암벽 꼭대기이다. 그가 자락을 펴는 곳이 그가 오늘밤 사는 삶의 현장이다.
내가 늘 그의 비디오를 보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어디고 좋아요, 구독을 강요하거나 언급하지 않는다. 지프에 인생을 실은 한 남자의 인생이 오롯이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아마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비디오에 열광하고 감사하는지 모르겠다. 그야말로 인생의 루비콘 강을 건넌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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