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사람을 위한 필름 현상법
게으른 사람을 위한 필름 현상법
필름 현상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사진가들은 나름대로 방법이 있고, 기술이 있으며, 자신만 아는 노하우가 있다.
아무튼 흑백사진을 촬영하는 사람들에게 필름 현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사항이다.
나는 대단한 사진가는 아니라도 필름 현상은 자가로 한다.
한번 괜찮은 결과가 나오면 바꾸지 않고 계속하기 때문에 늘 일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런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스탠드 현상>이다.
스탠드 현상은 일명 게으른 사람을 위한 현상이라고들 한다.
나처럼 많이 게으른 사람에게는 너무 괜찮은 방식이다.
필름이 소형이든, 중형, 대형이든 사이즈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낫 놓고 기역자를 모르는 사람도 할 수 있는 심플함이 이 현상의 특징이다.
섭씨 20도의 물 100에 Rodinal 현상액 1을 넣는다. 즉 100:1의 배합이다. 어떤 필름이고 상관없다.
그리고 60분을 기다리면 된다. 어떤 사람은 200:2로 2시간을 둔다고 하지만 그것은 시도해보지 않아서 모른다.
이 방법은 최근 현상 방식이 아니다. 이미 1900년초에 사용 되었다. 1-2차 세계 대전에서도 많이 사용되었다.
세계의 유수한 사진가들이 이 방법을 이용했으며, 지금도 나같은 게으른 사진쟁이들이 즐겨 사용한다.
그러나 이 방법을 안다고 모두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나같은 사람에게는 딱 맞지만 다른 사람들은 무시하는 그런 테크닉이다.
이 현상 방식의 장점은 현상한 필름의 이미지가 매우 섬세하다. 명암의 균형감이 좋고, 특히 암부가 신선하게 살아난다.
물론 단점도 있다. 할로 현상이나, 브로마이드 드래그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이것은 60분간 교반 없이 두면 생기는 것이고, 세마이 스탠드 현상을 시도하면 문제가 적다. 즉 30분이 되면 현상통을 몇 번 휘저어 놓으면 된다.
완벽주의자들은 이 방식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돌발적 사고가 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게으르고, 완벽하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은 이 현상 방식이 너무 좋다.
지난해와 올해 내가 현상한 수많은 필름들, 특히 내가 요즘 주로 사용하는 6x7 중형 필름의 경우 바로 이 방법을 사용했다.
초기에는 할로 현상이 생겨서 우려도 했지만, 요즘은 무조건 이 방법으로 FP4 플러스 필름을 현상한다.
며칠전 이곳에 폭설이 내렸을 때, 난 우산을 들고, 눈 속에서 종일 사진을 촬영했다.
초죽음이 되도록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온 그 저녁, 난 바로 이 방법으로 120필름 6통을 현상해서 총 60매의 사진을 얻었다.
사람마다 사진 하는 방식이 다르다.
이 디지털 카메라의 시대에 아나로그 사진을 고집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고집이 있고, 철학이 있다.
그래서 모두에게 이 방식을 권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난 이 현상 방식이 좋다. 앞으로도 계속 이 방식을 사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