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ife Today - 사진
사진 하시는 우리 아빠
badalove
2017. 1. 23. 06:28
사진 하시는 우리 아빠
내가 어릴 때 우리 아빠는 세상에 최고였다.
시간만 나면 손 잡고 놀이터도 가고, 서점에 가고, 맛있는 것도 사주시고,
주말이면 엄마 모시고 야외 나들이도 가고, 멀리 강원도 할머니 댁에도 가서 파도 치는 해안에서 돌팔매를 던지며 행복했다.
이쁜 소니 디카를 하나 구입해서 내 사진도 많이 촬영하고,
인화하여 집에다 붙여도 놓고, 친구들, 친척들에게 보내기 해서 너무 좋아했지.
그런데 어느날 우리 아빠가 대형카메라라는 괴물을 구입하면서 문제가 시작 됐다.
미국 이베이에서 구입했다는 중고 카메라는 무겁기도 하지만 생김새도 얼마나 괴상하고.
손쉬운 디카가 아니고, 필름을 사용하는데, 노출계, 필름홀더, 필터들이 가득한 가방은
내가 들 수 없을 정도로 돌덩이처럼 무겁다.
그때부터 우리 아빠는 일어나도 사진이고, 밥을 먹어도 사진이요, 잠을 자도 사진이다.
책장에 가득한 인문 사회 전문서적은 어느새 자리를 양보하고, 사진 서적, 사진 잡지가 자리를 잡더니
아빠의 서재에는 온통 사진 기자재로 한 방 가득하다. 그래도 절대로 아빠 방을 들어가서는 안된다고 하신다.
처음엔 엄마가 사진 때문에 싸움도 하고, 집안에 바람잘 날이 없었지만,
아빠의 사진 중독이 너무 심해서 그러다가 제풀에 껶이셨는지 시간이 지날 수록 조금 뜸하시다.
어느날은 엄마가 " 우리 아빠 따라 사진 촬영 가볼까" 하고 말하시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아빠는 사진에 미쳐도 두 가지는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
주말이면 꼭두 새벽에 집을 나서지만, 절대로 누구랑 같이 가지 않는다.
그리고 사진을 절대로 가족에게 보여주지 않고 숨겨 놓는다.
우리 엄마도 나이를 드시는지, 지금도 가끔은 사진이 웬수라고 온갖 악담을 하지면 체념하신 것 같다.
파김치가 되어 늦은 밤 돌아 와서 씻지도 않으시고 코를 골고 잠이 들면,
뒷산에 딱다구리는 없는 구멍도 잘 파는데 . . . 하시면서 여전히 신세타령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빠가 출사 가신 주말 아침, 집안을 청소하시던 엄마가 나를 부르신다.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아빠 방에서 엄마는 라이트박스에 놓고 치우지 않은 사진을 보면서
감탄을 연발하며 좋아하신다. “어쩌면 이렇게 이쁘게 촬영했을까! 이건 한마디로 예술이다, 예술!”
언젠가 아빠에게 물어봤다. “아빠, 전시회는 언제 하세요? MC 하던 이상벽이는 6개월만에 전시했다는데.”
“이놈아, 사진이 그렇게 쉬운게 아니다. 10년 넘게 했는데도 아직 초입에 있다. 6개월에 했다면 천재네, 천재.”
“아빠, 그럼 전시회는 안할거예요?” “그렇지는 않지. 언젠가는 할거다. 너가 시집가서 손주 몇 낳을 때면. 혹시.”
아빠가 비싼 필름이나 사진 기자재를 계속 사시기 때문에 집안에 경제 사정이 그렇게 좋지 않은 것 같다.
비싼 카메라 산다고 아빠가 졸라도 엄마가 쉽게 돈을 융통할 수 없는 것 같아서 늘 아쉬워하신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결혼 올 때 갖고 온 반지랑 패물을 팔아서 <에보니>인지 뭔지 그 카메라 사드려야겠다.”
그 말씀을 듣고 눈앞이 콱 막히며 눈물이 났다. 가슴이 막히면서 현기증이 났다.
사진 하신다고 그렇게 성화를 내시면서도 아빠의 카메라 구입을 위해 결혼 패물을 생각하시는 엄마의 속 깊은 헌신.
아빠가 오늘 오시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정 무렵 집에 오시면, 주무시는 아빠 다리를 주물러 드려야겠다.
시간만 나면 손 잡고 놀이터도 가고, 서점에 가고, 맛있는 것도 사주시고,
주말이면 엄마 모시고 야외 나들이도 가고, 멀리 강원도 할머니 댁에도 가서 파도 치는 해안에서 돌팔매를 던지며 행복했다.
이쁜 소니 디카를 하나 구입해서 내 사진도 많이 촬영하고,
인화하여 집에다 붙여도 놓고, 친구들, 친척들에게 보내기 해서 너무 좋아했지.
그런데 어느날 우리 아빠가 대형카메라라는 괴물을 구입하면서 문제가 시작 됐다.
미국 이베이에서 구입했다는 중고 카메라는 무겁기도 하지만 생김새도 얼마나 괴상하고.
손쉬운 디카가 아니고, 필름을 사용하는데, 노출계, 필름홀더, 필터들이 가득한 가방은
내가 들 수 없을 정도로 돌덩이처럼 무겁다.
그때부터 우리 아빠는 일어나도 사진이고, 밥을 먹어도 사진이요, 잠을 자도 사진이다.
책장에 가득한 인문 사회 전문서적은 어느새 자리를 양보하고, 사진 서적, 사진 잡지가 자리를 잡더니
아빠의 서재에는 온통 사진 기자재로 한 방 가득하다. 그래도 절대로 아빠 방을 들어가서는 안된다고 하신다.
처음엔 엄마가 사진 때문에 싸움도 하고, 집안에 바람잘 날이 없었지만,
아빠의 사진 중독이 너무 심해서 그러다가 제풀에 껶이셨는지 시간이 지날 수록 조금 뜸하시다.
어느날은 엄마가 " 우리 아빠 따라 사진 촬영 가볼까" 하고 말하시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아빠는 사진에 미쳐도 두 가지는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
주말이면 꼭두 새벽에 집을 나서지만, 절대로 누구랑 같이 가지 않는다.
그리고 사진을 절대로 가족에게 보여주지 않고 숨겨 놓는다.
우리 엄마도 나이를 드시는지, 지금도 가끔은 사진이 웬수라고 온갖 악담을 하지면 체념하신 것 같다.
파김치가 되어 늦은 밤 돌아 와서 씻지도 않으시고 코를 골고 잠이 들면,
뒷산에 딱다구리는 없는 구멍도 잘 파는데 . . . 하시면서 여전히 신세타령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빠가 출사 가신 주말 아침, 집안을 청소하시던 엄마가 나를 부르신다.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아빠 방에서 엄마는 라이트박스에 놓고 치우지 않은 사진을 보면서
감탄을 연발하며 좋아하신다. “어쩌면 이렇게 이쁘게 촬영했을까! 이건 한마디로 예술이다, 예술!”
언젠가 아빠에게 물어봤다. “아빠, 전시회는 언제 하세요? MC 하던 이상벽이는 6개월만에 전시했다는데.”
“이놈아, 사진이 그렇게 쉬운게 아니다. 10년 넘게 했는데도 아직 초입에 있다. 6개월에 했다면 천재네, 천재.”
“아빠, 그럼 전시회는 안할거예요?” “그렇지는 않지. 언젠가는 할거다. 너가 시집가서 손주 몇 낳을 때면. 혹시.”
아빠가 비싼 필름이나 사진 기자재를 계속 사시기 때문에 집안에 경제 사정이 그렇게 좋지 않은 것 같다.
비싼 카메라 산다고 아빠가 졸라도 엄마가 쉽게 돈을 융통할 수 없는 것 같아서 늘 아쉬워하신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결혼 올 때 갖고 온 반지랑 패물을 팔아서 <에보니>인지 뭔지 그 카메라 사드려야겠다.”
그 말씀을 듣고 눈앞이 콱 막히며 눈물이 났다. 가슴이 막히면서 현기증이 났다.
사진 하신다고 그렇게 성화를 내시면서도 아빠의 카메라 구입을 위해 결혼 패물을 생각하시는 엄마의 속 깊은 헌신.
아빠가 오늘 오시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정 무렵 집에 오시면, 주무시는 아빠 다리를 주물러 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