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ife Today - 사진

사진과 바둑의 절묘한 조화

badalove 2017. 1. 18. 21:12

나는 바둑을 좋아한다. 
그렇게 잘 두는 바둑은 아니지만 조용한 밤에 가끔 바둑을 둔다. 
요즘은 인터넷 바둑이 발달해서 세계 어디서든지 둘 수 있다. 

사람이 많기는 타이젬이고, 조용하기는 오로바둑 사이트다. 
그외에 몇 곳 사이트가 있지만 난 이 두 곳에서 주로 바둑을 둔다. 
3-4단 실력으로 고수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바둑의 묘미는 조금 알고 있다. 

오늘은 전철을 타고 출근하는 길에 큰 강에 얼음들이 떠내려 오는 것을 보았다. 
몇 주 날씨가 무척이나 춥더니, 강의 상류에서는 결빙이 되었다가 밀려 내려오는 것이다. 
그 얼음 조각들이 마치 바둑판의 돌 모양을 하고 있었다. 

문득 바둑과 사진은 어떤 유사성이  있을까? 
메모장을 꺼내어 생각나는대로 적어 보았다. 
바둑 격언이 200여개 되는데, 그 유사성이 100가지가 넘는 것 같아서 놀랐다. 

기본기에 충실해야 한다. 정석을 모르고 바둑을 두지 말라. 정석을 배우면 두 점은 강해진다고 했다. 
사진도 기본 원리를 모르면 늘 문제가 생긴다. 일단은 기본 원리를 습득해야 한다. 
노출을 모르면 사진 전체를 모르는 것과 같다. 미적인 구현보다 이론적, 기술적 기본기가 탄탄해야 한다. 

바둑은 모양이다. 돌의 균형을 유지하라. 포도송이를 만들지 말라. 한 쪽으로 쏠리게 말라. 한쪽이 높으면 한쪽은 낮게.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게 뭐냐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구도라고 말하고 싶다. 즉 디자인이다. 이상적인 배치, 배정을 의미한다. 
아무리 좋은 곳에 가서 기가 막히는 풍경을 촬영해도, 기본 디자인이 결여되면 사진은 mediocre가 되고 만다. 

돌을 버릴 줄 알아야 상수가 된다. 과감하게 버리라. 사석을 포기하라. 사석과 거시기는 만질 수록 커진다. 
사진은 뺄셈이다. 뭘 더 넣을까 고민하는게 아니고, 얼마나 빼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과감한 생략, 인정사정 보지 말고, 크롭핑하지 않으면 좋은 사진을 얻기 어렵다. 

끝내기를 얕보지 말라. 끝내기만 잘해도 바둑을 뒤집는다. 
포토샵으로 후보정 하겠다는 생각은 좋은 버릇이 아니다. 필름으로 현상 인화 한다면 어떻게 할까? 
촬영때 나름대로 후보정까지 생각해야 한다. 촬영때 끝내기를 잘하면 포토샵에서도 손볼게 없다. 

경적필패, 탐욕불승, 신물경속, 용어는 어려워도 상대를 얕보지 말라는 말이다. 욕심을 내면 바둑 진다는 뜻이다. 
풍경을 대할 때, 어떤 피사체를 대할 때, 얕보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나를 아름답게 표현해 주세요"라는 풍경의 속삭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자연 앞에서 겸허함이 없다면 풍경사진가가 될 수 없다. 대자연 앞에 옷깃을 여미며 접근하는 태도는 초보자나 고수나 늘 지켜야할 마음가짐이다. 

10번을 맞으면 주먹이 보이고, 20번을 맞으면 주먹을 막을 수 있다. 즉, 바둑은 자꾸 둬야 는다. 
촬영가지 않고, 카메라만 만진다고 사진이 만들어 지지 않는다. 비싸고 좋은 장비가 저절로 사진을 촬영하는 것은 아니다. 
잘하든 못하든, 일단은 우직하게 사진을 촬영하러 나가야 한다. 자꾸 촬영하다 보면 요령도 생기고, 실력도 오르게 된다. 

고수가 되려면 이창호, 오청원의 기보를 연구해야 한다. 강자들의 바둑을 많이 보면 볼 수록 바둑이 는다. 
앤셀 아담스, 폴 스트랜드, 존 섹스턴 같은 고전적 사진작가 뿐만 아니라, 너무도 좋은 사진 작가들이 많다. 그 사진들을 인터넷에서 접할 수 있다. 
좋은 사진을 많이 보고, 그 사진들을 연구하고, 심지어는 배운 기법을 현장에서 활용하는 것은 사진의 고수가 되는 지름길이다.